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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저는 주식으로 돈을 잃어본 사람이 반도체 주도주 얘기를 들을 때 어떤 심정인지 잘 압니다. 몇 년 전 상장 바이오기업에 적지 않은 돈을 넣었다가 지금도 손실을 안고 처분조차 못 하고 있습니다. 그 경험이 있어서인지, 반도체 중심의 코스피 흐름을 분석한 내용을 접했을 때 단순히 "사야겠다"는 생각보다 "이게 내 상황에 맞는 얘기인가"를 먼저 따지게 됐습니다. 은퇴까지 3년도 채 남지 않은 시점에서, 수익 극대화보다 실수를 줄이는 쪽이 더 중요하다는 걸 이제는 압니다.

반도체 주도주, 바뀌지 않는 이유가 있었습니다
코스피가 6,000선에서 잘 빠지지 않는다는 말을 들으며 처음엔 단순히 "투자자들이 버티는 거겠지" 싶었습니다. 그런데 실제 수급 구조를 살펴보니 이유가 달랐습니다. 개인, 외국인, 기관이 동시에 순매도를 기록하는 날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자사주 매입(treasury stock buyback)이 지수를 받치고 있었습니다. 자사주 매입이란 기업이 자기 회사 주식을 직접 시장에서 사들이는 행위로, 주당 가치를 높이고 주가 하단을 지지하는 효과가 있습니다. 8월 말 약 10조 원 규모로 집행됐고, 11월 중순까지 남은 매수 가능 금액이 40조 원 수준으로 추산된다는 분석은 제가 직접 확인하고 놀랐습니다. 지수가 오르지 않더라도 '안 빠지는 이유'가 이렇게 구체적으로 있다는 걸 그전까지는 몰랐습니다.
반도체 투자 판단에 있어 저는 단순 주가보다 선행지표를 보는 방식이 더 신뢰할 만하다고 느꼈습니다. 글로벌 반도체 매출액 증가율, 범용 메모리 가격 추이, 한국의 반도체 수출 증가율이 대표적입니다. 실제로 반도체 수출은 최근 기준 18개월 연속 증가세를 유지하고 있으며(출처: 한국무역협회), 범용 메모리 가격도 올해 4월 이후 전고점을 상회하는 수준으로 회복됐습니다. 이 흐름이 꺾이지 않는 한 주가에 과도하게 비관적일 필요는 없다는 시각도 있고, 저도 그 방향이 틀리지 않다고 봅니다.
다만 여기서 저는 한 가지를 덧붙이고 싶습니다. 반도체 주도주는 바뀌지 않는다는 의견도 있는데, 저는 그 말을 "그 주식만 영원히 오른다"는 뜻으로 받아들이지 않습니다. 바이오 주식에 물렸던 제 경험에 비춰보면, 업종의 방향성과 개별 종목의 타이밍은 전혀 다른 문제입니다. 반도체 업종이 맞다 하더라도 개별 종목 고점에 진입하면 저처럼 몇 년을 기다리게 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반도체 ETF(Exchange Traded Fund)처럼 업종 흐름을 따라가되 개별 종목 리스크를 낮추는 방식에 더 관심이 갑니다. ETF란 특정 지수나 업종을 추종하도록 설계된 상장 펀드로, 주식처럼 거래할 수 있어 분산 효과와 유동성을 동시에 확보할 수 있습니다.
- 반도체 수출 증가율: 최근 기준 18개월 연속 증가세 유지
- 범용 메모리 가격: 올해 4월 이후 전고점 상회 수준으로 회복
- 삼성전자·SK하이닉스 자사주 매입: 11월까지 잔여 가능 금액 약 40조 원 추산
- 코스피 12개월 선행 PER(주가수익비율): 5.63배 수준으로 역사적 저점권
은퇴 앞둔 제가 ETF 분산투자를 선택한 이유
최근 소액으로 투자한 종목에서 30% 넘는 수익이 났을 때,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기쁘기도 했지만 동시에 불안했습니다. '지금 팔면 아깝고, 안 팔면 다시 내려가겠지'라는 생각이 하루에도 몇 번씩 왔다 갔다 했습니다. 바이오 주식 때도 이 심리였습니다. 그때는 결국 팔지 못했고, 지금도 그 손실을 안고 있습니다.
한국은행이 올해 두 차례 연속으로 기준금리를 인상한 사실을 접하면서 제 고민이 조금 정리됐습니다. 기준금리 인상이란 중앙은행이 시중에 돌아다니는 돈의 비용을 높이는 정책으로, 통상적으로 주식 같은 위험자산 가격에는 부정적으로 작용합니다. 물가가 올라가고 시중금리가 따라 오르면 기업의 조달 비용이 높아지고, 투자자들은 상대적으로 안전한 채권 쪽으로 이동하기 때문입니다(출처: 한국은행). 그런데도 코스피가 버티고 있는 건 미국의 경기 확장이 뒷받침되기 때문이라는 분석에 저도 동의하는 편입니다.
코스피의 12개월 선행 PER(Price-to-Earnings Ratio)이 5.63배 수준이라는 수치도 눈에 들어왔습니다. 선행 PER이란 향후 12개월 예상 이익을 기준으로 현재 주가가 몇 배에 거래되는지를 나타내는 밸류에이션 지표로, 이 수치가 낮을수록 상대적으로 저평가 구간에 있다는 의미입니다. 역사적 저점권이라는 말이 단순한 낙관론이 아니라 수치에 근거한 얘기라는 걸 확인한 셈입니다.
그렇다고 제가 지금 당장 큰 자금을 반도체 관련 주식에 넣겠다는 건 아닙니다. 현재 보유한 약 2억 원의 현금 자산 중 일부는 유동성을 유지하고, 일부만 코스피 연동 ETF나 반도체 섹터 ETF에 나눠서 진입하는 방식을 고민하고 있습니다. 은퇴까지 남은 시간이 짧다는 점, 국민연금 수령 전 5년의 공백을 메워야 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수익 극대화보다 손실을 줄이는 분산투자가 저한테는 더 맞는 전략이라는 생각입니다. 30% 수익이 난 종목은 일부 이익을 실현하고, 그 자금의 일부를 ETF로 재배치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고 있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코스피가 6,000선에서 안 빠지는 이유가 뭔가요?
A. 개인·외국인·기관이 동시에 순매도를 해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자사주 매입이 지수 하단을 받치고 있기 때문입니다. 두 기업의 잔여 매수 가능 금액이 약 40조 원 수준으로 추산되고 있어, 적어도 11월 중순까지는 이 구조가 유지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Q. 한국은행이 금리를 올리면 주식 투자 안 하는 게 맞지 않나요?
A. 금리 인상이 주식에 부정적으로 작용하는 건 맞습니다. 다만 미국의 경기 확장이 이어지고 글로벌 기업 실적이 뒷받침되는 환경에서는 한국은행의 금리 인상이 코스피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일 수 있다는 시각도 있습니다. 금리만 보고 판단하기보다 미국 증시와 반도체 수출 흐름을 함께 살펴보는 게 더 유용하다고 봅니다.
Q. 반도체 ETF가 개별 종목보다 낫다는 근거가 있나요?
A. ETF는 업종 전반의 흐름을 추종하기 때문에 개별 종목의 고점 진입이나 타이밍 실수 리스크를 줄여줍니다. 반도체 업종의 방향성은 맞더라도 특정 종목을 고점에서 매수하면 손실이 길어질 수 있습니다. 분산 효과와 거래 편의성을 동시에 원한다면 반도체 ETF가 현실적인 대안이 될 수 있습니다.
Q. 30% 수익 난 종목, 지금 팔아야 하나요?
A. 정답은 없지만, 저는 전량 매도보다 부분 이익 실현을 고민하는 편입니다. 수익의 일부를 확정하고 나머지는 보유하거나 ETF로 재배치하면 심리적 부담도 줄고 리스크도 분산됩니다. 은퇴가 가까운 시점일수록 "더 오를 것 같다"는 기대보다 "지금 확보할 수 있는 것"을 챙기는 쪽이 더 안정적입니다.
결론
제가 바이오 주식에서 경험한 손실은 업종 선택의 실패라기보다 타이밍과 집중 투자의 실패였습니다. 반도체 업종이 주도주라는 분석이 맞다 해도, 그 확신 하나만으로 전 재산을 넣는 건 제 나이에는 맞지 않는 전략입니다. 반도체 수출 증가율, 메모리 가격 흐름, 자사주 매입 규모 같은 구체적인 지표를 꾸준히 들여다보면서 ETF 중심으로 분산 진입하는 방식이 지금 제 상황에는 가장 현실적입니다.
코스피가 조급하게 오르지 않더라도 선행지표가 살아있는 동안은 인내하며 보유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게 먼저라는 생각입니다. 은퇴 후 국민연금 수령 전 5년의 공백을 채울 재원을 마련하는 데 있어, 지금의 소액 수익 실현과 ETF 재배치가 그 첫 걸음이 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