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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들고 있으면 무조건 돈을 번다는 말, 진짜일까요? 저는 그 말을 믿었다가 상장 바이오주에서 수년째 손실을 끊지 못하고 있습니다. 장기투자가 틀린 게 아니라, 어디에 얼마나 오래 앉아 있느냐가 전부라는 걸 이제야 실감하고 있습니다.

펀더멘털 없는 기다림은 기다림이 아닙니다
주식 시장을 오래 지켜본 투자자들이 하나같이 하는 말이 있습니다. "시간을 견뎌낸 사람이 결국 돈을 본다"는 말입니다. 그런데 저는 이 말을 오해했었습니다. 오래 보유하는 것 자체가 미덕이라고 착각했던 거죠.
제가 몇 년 전 투자했던 상장 바이오주가 지금도 계좌에 남아 있습니다. 처분조차 못 하고 있는 상태입니다. 그게 장기투자냐고 묻는다면, 저는 솔직히 아니라고 말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건 기다림이 아니라 묶여 있는 것에 가깝습니다.
여기서 핵심 개념이 바로 펀더멘털(Fundamental)입니다. 펀더멘털이란 기업의 실제 수익력, 매출 성장성, 부채 구조 등 본질적인 사업 체력을 의미합니다. 주가는 단기적으로 소문과 심리에 흔들리지만, 결국 이 펀더멘털을 향해 수렴하는 속성이 있습니다. 마치 주인을 졸졸 따라가는 강아지처럼, 주가는 본질 가치를 결국 따라간다는 비유가 딱 맞습니다.
엔비디아와 TSMC가 온갖 악재 속에서도 사상 최고치 근처를 유지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 있습니다. 일본이 금리를 올리고, 미국 연준이 추가 인상을 시사하고, 고용 지표가 예상을 두 배 이상 웃도는 16만 3천 명 증가로 나왔을 때도 이들 주가의 저점은 오히려 높아지고 있었습니다(출처: 미국 연방준비제도(Federal Reserve)). 악재를 소화하면서도 올라간다는 건, 펀더멘털이 그 악재보다 크다는 시장의 판단입니다.
반면 제가 물려 있는 바이오주는 달랐습니다. 주가가 오르기를 기다리는 게 아니라, 펀더멘털 자체가 불확실한 자산을 붙들고 있었던 것입니다. 오는 사람을 기다리는 것과 오지 않을 사람을 기다리는 것의 차이, 제 경험상 이건 정말 다릅니다.
또 한 가지 짚어봐야 할 게 있습니다. 개인 투자자들이 주식에서 유독 '시간 견디기'를 못 하는 이유입니다. 부동산은 몇 년씩 묻어두면서, 주식은 하루 이틀 사이 3%라도 더 싸게 사려고 팔고 삽니다. 변동성(Volatility)이 크기 때문입니다. 변동성이란 자산 가격이 단기간에 얼마나 크게 오르내리느냐를 나타내는 지표로, 이 변동성이 클수록 심리적 압박이 커져 장기 보유를 포기하게 만듭니다. 그런데 역설적으로, 변동성이 크기 때문에 시간을 견뎌낼 때 돌아오는 수익도 다른 자산보다 훨씬 큽니다.
- 펀더멘털이 탄탄한 자산: 악재를 소화하면서도 저점이 높아지는 흐름을 보입니다
- 펀더멘털이 불확실한 자산: 기다림이 길어질수록 손실이 고착화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 변동성이 높은 자산일수록: 단기 매매보다 장기 보유 시 수익률 격차가 벌어집니다
은퇴 3년 앞, ETF로 노후준비를 다시 설계하다
제가 직접 처한 현실을 꺼내보겠습니다. 은퇴까지 3년이 채 남지 않았고, 국민연금은 65세부터 월 120만 원 수준이 예상됩니다. 문제는 퇴직 후 연금 수령 전까지 약 5년의 공백입니다. 이 기간 동안 월세 수익 180만 원에 기댈 수밖에 없는데, 그것만으로는 생활비가 빠듯한 게 솔직한 현실입니다.
제 주변 친구들 중에는 오래전부터 개인연금을 준비해온 경우가 꽤 있습니다. 개인연금저축(IRP 포함)은 연간 납입액의 최대 16.5%를 세액공제 받을 수 있어 노후 준비와 절세를 동시에 할 수 있는 수단입니다(출처: 국민연금공단). 제가 이걸 진작 챙겼더라면 하는 후회가 없다고 하면 거짓말입니다.
그래서 지금 제가 집중하고 있는 건 ETF(Exchange Traded Fund)입니다. ETF란 S&P500 같은 지수나 특정 테마를 추종하는 주식 묶음을 거래소에서 주식처럼 사고팔 수 있는 상품으로, 개별 종목 투자보다 분산 효과가 크고 운용 비용도 낮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쉽게 말해 한 번의 매수로 수백 개 기업에 분산 투자하는 효과를 얻는 셈입니다.
브로드컴이 2028년 반도체 매출 목표를 2,300억 달러로 제시하고, 아마존 웹 서비스(AWS)가 전년 대비 37% 성장이라는 수치를 내놓는 지금, AI와 반도체 중심의 기술 생태계가 단순한 유행이 아닌 구조적 성장 국면에 있다는 판단이 섭니다. 제가 직접 이 흐름을 개별 종목으로 쫓기엔 이미 한 번 크게 데인 경험이 있어 조심스럽습니다. 그래서 S&P500이나 글로벌 반도체 ETF처럼 개별 기업 리스크를 분산한 구조를 선택하는 게 저 같은 상황에서는 더 현실적이라는 결론에 이르렀습니다.
다만 은퇴가 코앞인 상황에서 모든 현금을 투자에 넣는 건 위험합니다. 제가 내린 원칙은 하나입니다. 향후 5년 이내에 꺼내 써야 할 생활비는 절대 투자에 넣지 않는 것입니다. 현금 2억 원 가운데 최소 1년치 생활비를 예금이나 단기 채권으로 따로 묶어두고, 나머지 여유자금만 ETF에 장기 투자하는 방식입니다. 이건 제 경험상 이건 좀 다릅니다, 원칙 없이 투자했을 때와 비교해서 심리적 안정감이 전혀 다르다는 걸 바이오주 사태를 겪으면서 뼈저리게 배웠습니다.
포워드 PER(Forward Price to Earnings Ratio)이라는 개념도 이번에 다시 공부했습니다. 포워드 PER이란 현재 주가를 미래 1~2년치 예상 이익으로 나눈 값으로, 이 수치가 낮을수록 현재 주가가 미래 이익 대비 싸다는 의미입니다. 시간이 흐를수록 기업 이익이 늘어나면 포워드 PER은 자연스럽게 낮아지고, 이는 주식을 들고 있지 않은 투자자들에게 '지금 사지 않으면 더 비싸진다'는 압박이 됩니다. 이것이 바로 기다리는 투자자의 편이 되는 시간의 힘입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은퇴가 얼마 안 남았는데 지금 ETF 투자를 시작해도 늦지 않을까요?
A. 늦었다고 느끼는 게 오히려 신중함의 증거일 수 있습니다. 중요한 건 시작 시점보다 생활비와 투자금을 명확히 분리하는 것입니다. 5년 이상 건드리지 않을 자금이 있다면, 그 금액 한도 안에서 지금 시작하는 게 아무것도 안 하는 것보다 낫습니다.
Q. S&P500 ETF와 배당 ETF 중 어느 쪽이 노후 준비에 더 맞을까요?
A. 목적에 따라 다릅니다. 은퇴 후 매달 현금 흐름이 필요하다면 월배당 ETF가 심리적으로 훨씬 편합니다. 반면 아직 소득이 있는 기간이라면 S&P500처럼 성장성 중심의 ETF로 자산을 불리는 것이 더 효율적일 수 있습니다. 두 가지를 섞는 방식도 고려해볼 만합니다.
Q. 개별주 손실이 큰데 ETF로 갈아타는 게 맞는 선택일까요?
A. 손실 종목을 손절하는 결정은 쉽지 않지만, '언젠가 오르겠지'라는 기대만으로 보유하는 것은 투자가 아니라 집착에 가깝습니다. 펀더멘털이 불확실한 종목에 묶인 자금을 정리하고, 그 자금을 분산된 ETF로 재배치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더 나은 선택이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Q. 국민연금 수령 전 5년 공백 기간을 어떻게 대비해야 할까요?
A. 이 공백 기간은 가장 현금이 절실한 시점인 만큼, 투자보다 방어가 우선입니다. 퇴직금과 월세 수익을 기반으로 단기 예금이나 채권형 상품으로 생활비를 안정적으로 확보하고, 그 위에 ETF 장기 투자를 얹는 구조가 심리적으로도 재정적으로도 안정적입니다.
결론
장기투자가 무조건 옳다는 말에 저는 이제 동의하지 않습니다. 정확히는, 올바른 자산을 선택한 뒤의 장기투자가 옳습니다. 제가 바이오주에서 얻은 교훈이 바로 이것입니다. 기다림의 가치는 기다리는 대상이 결정합니다.
은퇴를 3년 앞둔 지금, 저는 지금부터라도 생활비와 투자금을 철저히 나누고, 펀더멘털이 검증된 ETF를 중심으로 포트폴리오를 다시 짜보려 합니다. 거북이가 되기로 한 겁니다. 빠르게 사고팔며 단기 차익을 노리는 토끼가 아니라, 방향이 맞는 길 위에서 묵묵히 걷는 거북이. 제 상황에서는 그게 유일하게 현실적인 전략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