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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저는 노후 준비를 거의 안 했습니다. 월급과 월세 수익이 들어오는 동안은 "좀 더 있다가"라는 말로 계속 미뤄왔거든요. 그런데 아내 사업이 기울기 시작하고 은퇴가 3년도 채 남지 않았다는 걸 실감하는 순간, 그 안일함이 등을 세게 때렸습니다. 국민연금 예상 수령액이 120만 원인데 65세 전까지 약 5년의 공백, 이른바 소득 크레바스를 어떻게 버텨야 하나 막막했습니다. SCHD와 S&P 500, 나스닥을 결합한 3분할 포트폴리오를 검토하면서 비로소 방향이 보였습니다.

소득 크레바스, 저는 이렇게 직면했습니다
소득 크레바스(Income Crevasse)란 퇴직 이후 국민연금 수령 시점까지의 소득 공백 구간을 말합니다. 쉽게 말해 월급은 끊겼는데 연금은 아직 안 나오는, 말 그대로 낭떠러지 사이에 끼인 시간입니다. 저는 60세 퇴직 후 65세 국민연금 개시까지 5년이 이 구간에 해당합니다.
주변 친구들은 개인연금을 일찌감치 들어뒀거나 배당주로 현금흐름을 만들어 놓은 경우가 많았습니다. 반면 저는 부동산에 자산을 몰아넣고, 남은 현금은 예금에만 두는 방식을 고집했습니다. 거기다 몇 년 전 상장 바이오 기업에 목돈을 넣었다가 아직도 처분조차 못 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그 경험 이후로는 주식이라는 단어 자체가 불편했을 정도니까요.
그럼에도 ETF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건, 개별 종목과 ETF는 완전히 다른 도구라는 걸 뒤늦게 깨달았기 때문입니다. ETF(Exchange Traded Fund)란 특정 지수나 자산 묶음을 통째로 추종하는 펀드로, 하나를 사면 수십~수백 개 기업에 동시에 분산 투자한 효과를 냅니다. 바이오 단일 종목처럼 한 회사의 임상 실패가 전체를 날리는 구조가 아닙니다. 이 차이를 체감하고 나서야 비로소 다시 증권 앱을 열 수 있었습니다.
현재 현금 자산 2억 원과 월 180만 원의 월세 수익이 있습니다. 이 구조가 나쁘지 않아 보이지만, 월세는 공실이 생기거나 건물 수리비가 터지는 순간 흔들립니다. 제가 직접 느껴본 부동산 임대 수익의 한계입니다. 그래서 이 현금 자산의 일부를 ETF로 옮겨 '팔지 않아도 들어오는 돈'을 만들어야겠다고 판단했습니다.
3분할 포트폴리오, 숫자로 뜯어봤습니다
제가 검토한 포트폴리오 구조는 SCHD 40%, SPYM(S&P 500 ETF) 40%, QQQM(나스닥100 ETF) 20%로 나누는 방식입니다. 세 종목이 각각 다른 역할을 맡는다는 점이 핵심입니다.
SPYM은 미국 대표 기업 500곳을 담은 S&P 500 지수를 추종합니다. 1970년부터 2020년까지 51년간 연평균 약 10.7%를 기록한 지수로(출처: S&P Global), 포트폴리오의 바닥을 깔아주는 역할입니다. QQQM은 나스닥100을 추종하며 AI·반도체·클라우드 같은 기술주를 집중적으로 담습니다. 최근 20년 연평균 16.5%라는 성과가 있지만, 닷컴버블 당시 고점 대비 80% 가까이 빠졌을 만큼 변동성이 큽니다. 그래서 비중을 20%로 묶어두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판단했습니다.
그리고 제가 가장 주목한 종목이 SCHD입니다. SCHD는 10년 이상 배당을 꾸준히 지급해온 미국 우량 기업 100곳을 담은 배당 ETF로, 2011년 상장 이후 단 한 해도 배당을 줄인 적이 없습니다. 코로나로 수많은 기업이 배당을 삭감하던 2020년에도 오히려 늘렸습니다. 10년 평균 배당 성장률이 연 10.7%입니다. 7년이면 배당금 자체가 두 배가 된다는 뜻입니다.
배당 성장률(Dividend Growth Rate)이란 매년 지급되는 배당금이 얼마나 증가하는지를 나타내는 지표입니다. 주가가 오르내리는 것과 별개로, 배당금은 분기마다 정해진 날에 정해진 금액이 계좌에 찍힙니다. 주가가 20% 빠진 분기에도 배당은 그대로 들어오는 구조입니다. 이게 부동산 월세와 비슷하면서도 다른 점이라고 느꼈습니다. 월세는 공실이 생기면 제로가 되지만, SCHD의 배당은 기업 100곳이 망하지 않는 한 끊기지 않습니다.
세 종목을 40:40:20으로 섞었을 때 기대 수익률은 연 12.8% 수준입니다. 월 100만 원을 15년 넣으면 65세 시점에 총 자산이 약 5억 5천만 원이 됩니다. 이 중 자동으로 불어난 금액이 3억 7천만 원이니, 납입 원금 1억 8천만 원이 복리로 세 배 이상 커진 셈입니다.
4% 법칙으로 계산한 월 수령액
4% 법칙(4% Rule)이란 은퇴 후 매년 자산의 4%만 인출하면 원금이 마르지 않는다는 원칙으로, 미국 파이낸셜 플래너 윌리엄 벤겐이 장기 시뮬레이션으로 도출한 기준입니다(출처: Financial Planning Association). 자산이 연 4% 이상으로 굴러가면 꺼낸 돈보다 불어나는 돈이 많아 원금이 유지됩니다.
65세 시점 SCHD 2억 2천만 원에서 연간 배당 682만 원, SPYM·QQQM 3억 3천만 원에서 4% 인출 1,320만 원, 합산 세후 월 166만 원에 국민연금 120만 원을 더하면 매달 약 236만 원이 손에 쥐어집니다. 국민연금연구원이 조사한 1인 가구 적정 노후 생활비 198만 원을 상회하는 수준입니다. 더 중요한 건 이 금액이 매년 늘어난다는 점입니다. SCHD 배당이 연 10%대로 성장하고 자산 자체도 불어나기 때문에, 70세에 320만 원, 75세에 450만 원으로 확대됩니다.
- SCHD 40%: 배당 성장으로 노후 월급을 미리 심어두는 역할. 15년 후 2억 2천만 원
- SPYM 40%: S&P 500 추종, 가장 안정적인 바닥 자산. 15년 후 1억 8천만 원
- QQQM 20%: 나스닥100 추종, 성장 가속 역할. 비중 제한으로 위험 통제
절세 계좌, 제 상황에 어떻게 녹일까
포트폴리오 전략을 접하고 나서 제가 바로 걸린 부분이 있었습니다. 미국 주식 직접 투자 방식이라면 해외주식 양도소득세와 배당소득세가 따라붙는다는 점입니다. 해외 배당금에는 원천지국(미국)에서 15%가 먼저 떼이고, 국내 금융소득 종합과세 기준인 연 2,000만 원을 넘으면 최대 49.5%까지 추가 세금이 붙을 수 있습니다. 은퇴 후 소득이 없을 때 건강보험료 피부양자 자격도 금융소득 규모에 따라 박탈될 수 있어 이건 제 경우에는 아주 예민한 문제입니다.
그래서 저는 같은 포트폴리오라도 연금저축펀드와 ISA 계좌 안에서 운용하는 방안을 병행해서 검토 중입니다. 연금저축펀드(개인형 연금 계좌)란 연간 600만 원 한도 내에서 납입하고, 과세를 인출 시점까지 미루면서 세액공제 혜택까지 받는 절세 계좌입니다. 쉽게 말해 지금 낼 세금을 뒤로 미루고, 인출할 때는 3.3~5.5%의 낮은 연금소득세만 냅니다. 55세 이후 연금 형태로 받으면 되니 소득 크레바스를 메우는 데도 직접 활용할 수 있습니다.
ISA(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는 연간 2,000만 원, 최대 1억 원까지 납입 가능하며 계좌 안에서 발생한 수익에 대해 200만 원까지 비과세, 초과분은 9.9% 분리과세로 마무리됩니다. 제가 직접 계산해봤는데 일반 해외주식 계좌에서 배당과 매도차익에 붙는 세금과 비교하면 수십 년 구간에서 체감 차이가 꽤 납니다.
다만 솔직히 이건 제가 아직 확신을 갖고 실행 단계에 들어간 상황은 아닙니다. 현금 2억 원을 어떤 계좌에, 어떤 속도로 분산할지는 세무사나 금융 전문가와 한 번은 직접 상의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포트폴리오 구조는 명확해도, 세금과 건보료 설계는 개인 상황마다 다르기 때문입니다. 제 경험상 이런 부분을 혼자 계산하다 놓치는 변수가 꼭 생기더라고요.
자주 묻는 질문
Q. 50대 후반에 ETF 시작하면 너무 늦은 거 아닌가요?
A. 저도 처음엔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납입은 15년이면 끝나도 인출은 평생 이어집니다. 65세에 시작한 현금흐름이 85세까지 오히려 커지는 구조이기 때문에, 시작 시점보다 시작 여부가 더 중요합니다. 지금이 가장 빠른 타이밍입니다.
Q. SCHD가 미국 ETF인데 국내에서 직접 살 수 있나요?
A. 국내 증권사에서 해외주식 계좌를 개설하면 미국 장에서 직접 매수할 수 있습니다. 다만 연금저축펀드나 ISA 안에서는 국내 상장된 유사 ETF를 활용해야 합니다. SCHD와 유사한 배당 성장 전략을 추종하는 국내 ETF 상품들이 출시돼 있으니 비교 후 선택할 수 있습니다.
Q. 현금 2억 원을 한꺼번에 넣어야 하나요, 나눠 넣어야 하나요?
A. 저는 나눠 넣는 방식을 검토 중입니다. 이를 분할 매수 혹은 정액 적립식 투자라고 하는데, 매달 일정 금액을 자동으로 매수하면 가격이 높을 때 적게 사고 낮을 때 많이 사는 효과가 자연스럽게 생깁니다. 한 번에 전액을 넣었다가 직후 하락장이 오면 심리적으로 버티기 어렵습니다. 제 바이오주 실패 경험에서도 비슷한 교훈을 얻었습니다.
Q. 월세 수익이 있는데 ETF까지 해야 하나요?
A. 월세 수익은 공실·수리비·임차인 리스크 등 변수가 있습니다. 제가 실제로 관리하면서 느끼는 가장 큰 부담이 이 부분입니다. ETF 배당은 보유만 하면 자동으로 들어오는 구조라 두 수익원의 성격이 다릅니다. 월세가 흔들릴 때 배당이 버텨주는 '이중 구조'를 만드는 것이 노후 안정성 측면에서 훨씬 낫다고 판단했습니다.
결론
은퇴를 3년 앞두고 이 포트폴리오 전략을 처음 접했을 때, 솔직히 "왜 진작 몰랐을까"라는 후회가 먼저 왔습니다. 하지만 지금도 충분히 시작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면, 후회보다 실행이 먼저입니다.
제가 내린 결론은 이렇습니다. 현금 2억 원 전부를 한 번에 움직이기보다, 연금저축펀드와 ISA 계좌를 먼저 개설해 세금 구조를 갖춰놓고, 매달 일정 금액씩 SCHD·SPYM·QQQM 3분할로 쌓아가는 방식을 택하겠습니다. 아내 사업이 줄어드는 만큼 ETF 배당이 그 자리를 천천히 채워가는 그림을 그리고 있습니다. 완벽한 타이밍은 없습니다. 저처럼 늦었다 싶을 때가 실제로는 가장 빠른 출발선인 경우가 많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