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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까지 3년이 채 남지 않았는데, 통장에 꽂히는 월급이 끊기고 나서 5년을 어떻게 버텨야 하나 — 솔직히 이 생각이 요즘 머릿속을 가장 많이 차지합니다. 국민연금은 65세부터 월 120만 원 수준이라 예상하고 있는데, 그 공백기 5년이 제가 말하는 '소득 크레바스'입니다. 여기서 소득 크레바스란 은퇴 직후부터 연금 수급 시작 전까지 정기 소득이 사라지는 구간을 말합니다. 바이오 주식에서 큰 손실을 본 뒤 주식 자체를 멀리했던 제가, 다시 월배당 ETF를 들여다보기 시작한 이유가 바로 이 5년의 공백 때문이었습니다.

월배당 ETF가 뜨는 이유, 그리고 그 이면
국내에는 현재 월배당 ETF가 70종을 넘어섰고, 미국에서는 주(週)배당 ETF까지 등장한 상태입니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ETF에서 나오는 분배금은 분기에 한 번, 또는 연말에 한 번 받는 게 일반적이었습니다. 그런데 세상이 빠르게 고령화되면서, 정기적인 현금 흐름으로 생활비를 충당하는 이른바 '인컴 생활자'가 늘었고, 상품도 그 수요를 따라 진화했습니다.
제 주변에도 배당 인컴으로 생활비 일부를 충당하는 친구들이 있습니다. 처음엔 솔직히 반신반의했습니다. 월 300만 원짜리 배당 전략이라는 말이 들릴 때마다, 제 귀에는 예전에 바이오 주식을 살 때 들었던 "이 종목은 무조건 오른다"는 말과 비슷하게 들렸거든요. 그래서 숫자를 직접 따져봤습니다.
월 100만 원 배당을 받으려면 연 분배율 4% 기준으로 약 3억 원의 시드머니가 필요합니다. 여기서 시드머니란 투자 원금, 즉 배당을 만들어내는 종잣돈을 뜻합니다. 월 300만 원을 목표로 하면 같은 기준으로 9억 원이 필요하고, 연간 수령액이 3,600만 원을 넘으면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출처: 국세청). 제 현재 현금 자산이 약 2억 원 수준이라는 걸 고려하면, '월 300만 원 배당'은 지금 당장 현실적인 목표가 아닙니다.
- 월 100만 원 배당 → 연 4% 기준 시드머니 약 3억 원 필요
- 월 200만 원 배당 → 연 4% 기준 시드머니 약 6억 원 필요
- 월 300만 원 배당 → 연 4% 기준 시드머니 약 9억 원, 금융소득종합과세 주의
토탈 리턴을 모르면 배당이 독이 된다
제가 바이오 주식에서 배운 가장 쓴 교훈은, 숫자 하나에만 집중하면 전체 그림을 놓친다는 것이었습니다. 월배당 ETF에서도 똑같은 함정이 있습니다. 분배율이 연 10%라는 숫자만 보고 뛰어들었다가, ETF 가격이 15% 하락하면 실제 수익률은 -5%입니다. 이게 바로 토탈 리턴(Total Return) 개념입니다. 토탈 리턴이란 가격 상승분(프라이스 리턴)과 분배금 재투자 수익을 합산한 총 수익률을 말합니다. 이 숫자를 보지 않으면 배당을 받으면서도 실제로는 돈을 잃고 있는 상황을 인지하지 못합니다.
여기서 반드시 함께 봐야 할 지표가 NAV(순자산가치)입니다. NAV란 ETF가 보유한 자산 총액을 전체 좌수로 나눈 1좌당 순자산 가치를 의미합니다. 분배금을 꾸준히 지급하다 보면 NAV 자체가 서서히 낮아질 수 있는데, 이 경우 매달 배당을 받더라도 보유 자산의 실질 가치는 줄어드는 셈입니다. 쉽게 말해, 원금이 서서히 녹고 있는 상태에서 배당을 받는 것과 같습니다.
그렇다면 분배율이 높은 상품은 어떻게 그 숫자를 만들어낼까요. 크게 두 가지 경로가 있습니다. 하나는 고배당 기업으로 구성된 기초 자산에서 나오는 배당 수익이고, 다른 하나는 커버드 콜(Covered Call) 전략에서 나오는 옵션 프리미엄입니다. 커버드 콜이란 보유 주식에 대해 콜옵션을 매도해 프리미엄 수입을 얻는 전략입니다. 문제는 이 방식이 '내일 오를 가능성을 오늘 현금으로 미리 파는' 구조라는 점입니다. 지수가 크게 오를 때 ETF 가격 상승이 제한되는 이유가 바로 이 때문입니다(출처: 한국거래소 ETF 상품 안내).
최근에는 콜옵션 매도 비율을 10~20%로 줄이거나, 위클리·데일리 옵션을 활용하는 2세대·3세대 커버드 콜 ETF도 등장했습니다. 상승을 일부 쫓아가면서 인컴도 챙기는 방향으로 진화한 것이죠. 그런 만큼 제가 직접 상품 설명서를 들여다봤을 때 느낀 건, 이제는 분배율 숫자 하나만으로 상품을 판단하는 게 불가능해졌다는 점이었습니다. 데일리 커버드 콜인지 위클리인지, 기초 자산과 옵션의 기초 자산이 일치하는지, 콜옵션 매도 비율이 고정인지 액티브하게 조정되는지를 반드시 확인해야 합니다.
50대 말, 은퇴 3년 전 — 제가 짜본 포트폴리오
'100에서 나이를 뺀다'는 원칙을 제 상황에 적용하면, 50대 말 기준으로 위험 자산 비중은 약 45~50%가 됩니다. 이 원칙은 연령이 높을수록 주식 등 변동성 자산 비중을 낮추고 안정적 인컴 자산 비중을 높이라는 자산 배분 가이드라인입니다. 여기서 S&P 500 ETF조차 고점 대비 최대 30~40% 하락(MDD)을 기록한 역사가 있다는 점을 저는 잊지 않으려 합니다. MDD(Max Drawdown)란 특정 기간 내 고점 대비 최대 낙폭을 뜻하며, 내가 감당할 수 있는 심리적 손실 한계를 가늠하는 기준이 됩니다.
제 경우엔 은퇴 후 5년간의 소득 크레바스가 가장 큰 변수입니다. 현재 월세 수익 180만 원이 있지만 국민연금 120만 원이 더해지는 65세까지 나머지 부족분을 ETF 분배금으로 메워야 하는 구조입니다. 그래서 저는 현금 2억 원을 다음과 같이 배분하는 방향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잠정 포트폴리오 구상
- 시장 대표 지수 ETF (S&P 500 토탈 리턴 방식): 약 45% — 복리 효과를 기계적으로 쌓되, 은퇴 후 필요 시 단계적으로 현금화하는 역할
- 배당 성장형 ETF (SCHD 계열): 약 25% — 지금 당장 분배율은 낮지만 기업 가치 상승과 함께 배당금이 매년 늘어나는 구조로, 장수 리스크에 대비
- 고배당형 ETF: 약 15% — 소득 크레바스 구간의 현금 흐름 보완용
- 커버드 콜 ETF: 약 15% — 인컴 창출 목적이지만, 반드시 2세대 이상 상품으로 선별
배당 성장형 ETF 비중을 고배당보다 높게 잡은 이유는 하나입니다. 은퇴 후에도 20년, 30년을 더 살 수 있는 시대에, 기업 가치가 함께 성장하는 자산을 붙잡고 있는 것이 장기적으로 유리하다는 판단입니다. 제가 직접 계산해보니 배당 성장형과 고배당형의 토탈 리턴 차이가 10년 단위로 보면 상당히 벌어지더군요.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물론 이 포트폴리오도 확정이 아닙니다. 부동산 임대 수익이 지속되는 동안은 커버드 콜 비중을 낮추고 지수형 비중을 높이다가, 은퇴 시점에 맞춰 인컴 비중을 단계적으로 늘리는 방식을 저는 더 현실적으로 봅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월배당 ETF는 분배율이 높을수록 무조건 좋은 건가요?
A. 분배율이 높다고 반드시 유리한 것은 아닙니다. 연 10% 이상의 분배율은 대부분 커버드 콜 옵션 프리미엄을 통해 만들어지는데, 이 경우 지수가 크게 오를 때 ETF 가격 상승이 제한됩니다. 분배금과 가격 변동을 합한 토탈 리턴이 실제 수익의 척도이므로, 분배율 숫자만 보고 판단하면 원금이 서서히 줄어드는 상황을 놓칠 수 있습니다.
Q. 소득 크레바스 기간에 커버드 콜 ETF를 집중 매수하는 게 맞나요?
A. 현금 흐름이 급한 시기에 인컴이 필요한 건 사실이지만, 커버드 콜 ETF만으로 포트폴리오를 채우면 장기적인 자산 성장이 제한됩니다. 고배당형이나 커버드 콜의 비중은 15~20% 수준으로 제한하고, 나머지는 배당 성장형이나 지수형 ETF로 채워 NAV 방어와 장기 성장을 병행하는 구조가 더 안전합니다.
Q. 은퇴를 3년 앞둔 상황에서 S&P 500 ETF에 투자하는 게 너무 공격적이지 않나요?
A. S&P 500 ETF는 역사적으로 MDD(최대 낙폭)가 30~40%에 달한 구간도 있었습니다. 은퇴 직전에 큰 비중을 넣는 것은 실제로 위험할 수 있습니다. '100-나이' 원칙을 적용하면 50대 후반 기준 지수형 자산 비중은 40~50% 수준이 적정하며, 나머지는 배당 성장형과 고배당형으로 분산해 변동성을 완충하는 구조가 현실적입니다.
Q. 배당 성장형 ETF와 고배당형 ETF의 차이가 뭔가요?
A. 고배당형 ETF는 지금 당장 높은 배당을 주는 정유·금융주 같은 기업으로 구성되어 있어 현금이 빨리 들어오지만, 기업의 성장 여력은 제한적입니다. 배당 성장형 ETF는 현재 분배율은 2~3% 수준으로 낮지만, 매년 조금씩 배당이 늘어나는 기업들로 구성되어 장기 보유 시 총 수익이 더 커지는 구조입니다. SCHD가 대표적인 배당 성장형 ETF로 꼽힙니다.
Q. 월배당 ETF 투자로 금융소득종합과세를 피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A. 연간 금융소득이 2,000만 원을 초과하면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이 됩니다. 월 배당 약 167만 원 수준이 기준점입니다. ISA(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나 연금저축계좌를 활용해 ETF를 편입하면 과세이연 또는 분리과세 혜택을 받을 수 있으므로, 세제 혜택 계좌를 먼저 채우는 전략이 유효합니다. 구체적인 절세 방식은 세무 전문가와 상담하는 것을 권장합니다.
결론
바이오 주식으로 손실을 본 뒤, 저는 한동안 주식 자체를 외면했습니다. 그런데 돌이켜 보면 그때 제 실수는 '고수익'이라는 숫자 하나에만 집중했던 것이었습니다. 월배당 ETF에서도 같은 함정이 있습니다. 분배율이라는 숫자 하나가 아니라, 토탈 리턴, NAV 유지, 커버드 콜 구조의 세부 방식까지 함께 들여다보는 것이 진짜 출발점입니다.
은퇴 후 5년간의 소득 크레바스가 두렵다는 이유만으로 분배율 높은 상품에 올인하는 건, 제 경험상 이건 좀 다른 방식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봅니다. 지금 제가 정리한 방향은 이렇습니다. 현금 2억 원을 지수형·배당 성장형·고배당형·커버드 콜로 나눠 담고, 은퇴 시점에 맞춰 인컴 비중을 단계적으로 조정하는 것입니다. 많이 버는 투자보다 오래 지속할 수 있는 투자가 지금 제게 필요한 전략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