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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말씀드리면, 저도 한때 부자는 남다른 투자 정보를 가진 사람이라고 굳게 믿었습니다. 그런데 바이오 주식에 큰돈을 묻어 두고 몇 년째 손실을 바라보는 사이, 제가 놓치고 있던 건 종목 선택이 아니라 돈을 다루는 순서와 구조였다는 걸 뒤늦게 깨달았습니다. KB금융과 하나금융이 매년 수백 명의 부자를 직접 만나 조사한 결과, 새롭게 부자 반열에 오른 사람들의 공통점은 특별한 비법이 아닌 지루하고 반복적인 습관이었습니다.

선저축 구조가 만드는 차이, 그리고 자금의 성격
은퇴가 3년도 채 남지 않은 제가 가장 먼저 마주한 질문은 이겁니다. "지금 이 나이에 구조를 바꾸는 게 의미가 있을까?"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있습니다. 다만 그 구조를 훨씬 일찍 만들지 못한 건 분명히 제 실수였습니다.
하나금융 연구소가 최근 10년 안에 부자가 된 50대 이하 자산가들만 따로 분석한 보고서가 있습니다(출처: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이 사람들의 평균 나이는 51세, 44%가 30평형대 이하 아파트에 살고, 절반 가까이가 회사원이나 공무원이었습니다. 총자산은 60억 원대. 밖에서 보면 그냥 옆집 아저씨인데, 통장을 열면 이야기가 달라지는 사람들입니다. 그 시작점을 물었더니 43%가 예금과 적금이라고 답했습니다. 신기한 투자법이 아니었습니다.
핵심은 선저축후소비(先貯蓄後消費) 구조입니다. 여기서 선저축후소비란 월급이 들어오는 즉시 저축액을 먼저 분리하고, 남은 돈으로만 생활하는 방식을 말합니다. 제가 오랫동안 해왔던 방식은 정반대였습니다. 카드값, 관리비, 보험료가 빠지고 남은 걸 저축했으니, 남는 달엔 조금 모이고 안 남는 달엔 아예 못 모았습니다. 이 순서 하나가 10년의 격차를 만들었다는 걸 지금은 압니다.
그런데 순서만큼이나 중요한 게 있습니다. 바로 자금의 성격, 즉 어떤 돈으로 투자하느냐입니다. 올해 2분기 개인 투자자들의 신용거래융자 잔고가 하루 평균 35조 9천억 원을 기록했고, 담보 대출까지 합치면 62조 원에 달하는 빚이 주식 시장에 들어가 있었습니다. 신용거래융자란 증권사에서 돈을 빌려 주식을 사는 방식으로, 담보 비율이 기준 이하로 떨어지면 증권사가 강제로 보유 주식을 매도하는 반대매매가 실행됩니다. 7월 코스피가 장중 6천 선까지 무너지던 날, 하루에만 반대매매가 1,422억 원 터졌습니다. 팔고 싶지 않아도, 버티고 싶어도, 시장에서 그냥 쫓겨나는 겁니다.
저는 과거 바이오 주식에서 그 공포를 다른 방식으로 경험했습니다. 빚은 아니었지만, 팔 수 없는 상황에서 손실을 바라보는 무력감은 지금도 선명합니다. 그때 제가 배운 건 종목 분석이 아니라, 투자에 쓰는 돈은 잃어도 생활이 흔들리지 않는 돈이어야 한다는 겁니다. 부자들이 7월 폭락을 예측한 게 아닙니다. 단지 팔지 않아도 되는 돈으로 샀을 뿐입니다.
- 선저축후소비: 월급날 다음날 자동이체로 저축액 먼저 분리, 남은 돈으로 생활
- 자금의 성격: 반대매매 위험이 없는 여윳돈으로만 투자
- 소득 인상 시 오른 금액의 절반을 곧바로 자동이체에 추가, 눈높이 상승 전에 선 긋기
- 의지력이 아닌 자동화 구조로 저축 — 구조가 있으면 소득이 얼마든 쌓인다
현금흐름을 설계하는 목적, 그리고 배움에 쓰는 돈
은퇴 후를 생각할 때 제가 가장 두려운 건 소득이 끊기는 그 순간입니다. 국민연금이 월 120만 원 정도 나올 예정인데, 그것도 65세 이후의 이야기입니다. 은퇴 후 약 5년간의 공백을 어떻게 메울 것인가. 이 질문이 제가 ETF 투자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이유입니다. 여기서 ETF(Exchange Traded Fund)란 주식처럼 거래소에서 자유롭게 사고팔 수 있는 펀드를 말합니다. 쉽게 말해 여러 종목을 한 바구니에 담아 분산 투자하는 효과를 내면서, 개별 주식보다 변동성이 낮은 게 특징입니다.
KB금융 보고서를 보면 부자들이 가장 선호하는 금융 상품이 최근 예금에서 ETF로 바뀌었고, 올해 조사 대상 부자 10명 중 여섯 명이 목표 수익률을 10% 이상으로 설정했습니다(출처: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 10억을 예금에 넣고 이자만 받아도 되는 사람들이 굳이 ETF를 사고 있다는 게 처음엔 의외였습니다. 그런데 이유가 있습니다. 포트폴리오 분산(Portfolio Diversification), 즉 자산을 여러 종류에 나눠 담아 위험을 줄이는 전략이 자산이 커질수록 더 중요해지기 때문입니다.
제가 지금 현금 자산 2억 원과 월 180만 원의 월세 수익을 갖고 있는데, 솔직히 이 구조만으로는 은퇴 후가 불안합니다. 월세는 공실이 생기거나 수리비가 터지면 흔들립니다. 그래서 현금 자산 일부를 배당주와 ETF로 단계적으로 옮기면서 현금흐름(Cash Flow)을 다각화하려고 합니다. 현금흐름이란 일정 주기로 들어오는 수입의 흐름으로, 월세처럼 한 곳에만 의존하면 하나가 막혔을 때 전체가 흔들린다는 게 제가 직접 느낀 위험입니다.
그런데 부자들이 자산을 불린 방법 1위가 뭔지 아십니까? 주식이나 부동산이 아니었습니다. 자기 개발을 통한 소득 인상이 44%로 1위였고, 주식 등 금융 투자 수익은 36%로 그 뒤였습니다. 저는 지금 대학에서 교수 창업과 기술지주회사 자회사 설립을 지원하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이 업무에서 쌓은 기술 사업화와 특허 관련 전문성을 은퇴 후 컨설팅이나 강의 형태로 이어갈 수 있다면, 그것 자체가 하나의 현금흐름이 됩니다. 투자 수익률은 시장이 결정하지만, 제 전문성이 만드는 소득은 제가 통제할 수 있습니다. 이 차이가 결정적입니다.
KB 보고서에서 부자들이 꼽은 가장 중요한 지혜 1위는 지속적인 금융 지식 습득이었고, 총자산 100억 원 이상인 그룹에서는 그 비율이 더 높았습니다. 돈이 많을수록 더 공부한다는 뜻입니다. 제가 ETF와 배당 투자를 공부하기 시작한 것도 그 맥락에서 이해하고 있습니다. 늦었다고 생각했지만, 지금 시작하지 않으면 3년 후는 더 늦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50대에 선저축후소비 구조를 새로 만드는 게 의미가 있을까요?
A. 저도 같은 의문을 가졌습니다. 그런데 구조의 핵심은 금액이 아니라 순서입니다. 은퇴 전 남은 급여 기간 동안이라도 월급날 다음날 자동이체를 하나 만들어 두면, 그 짧은 기간에도 확실히 쌓이는 돈이 생깁니다. 시작 시점보다 구조가 있느냐 없느냐가 결과를 나눕니다.
Q. ETF 투자, 주식 손실이 있는 사람도 다시 시작할 수 있나요?
A. 제가 바이오 주식에서 큰 손실을 본 뒤 주식을 멀리했다가 ETF로 다시 발을 들인 경우입니다. ETF는 개별 종목처럼 한 회사의 악재에 전부 흔들리지 않고, 여러 종목에 분산되어 있어 변동성이 상대적으로 낮습니다. 단, 빌린 돈이 아닌 여윳돈으로만, 장기 보유를 전제로 시작하는 게 중요합니다.
Q. 은퇴 후 국민연금 수령 전 소득 공백 기간을 어떻게 메울 수 있나요?
A. 이 부분이 제가 가장 고민하는 지점입니다. 월세 수익 외에 배당주나 월배당 ETF처럼 정기적으로 수익이 발생하는 금융 자산을 미리 쌓아 두는 게 현실적인 방법입니다. 여기에 본업에서 쌓은 전문성을 강의나 컨설팅으로 전환하면 소득의 축이 하나 더 생깁니다. 한 곳에서만 현금흐름을 기대하면 그 하나가 막혔을 때 선택지가 없어집니다.
Q. 부자들이 공부를 중요하게 꼽는다는데, 어떤 공부를 해야 하나요?
A. KB 보고서에서 부자들이 꼽은 자산 관리 지혜 순위를 보면 좋은 종목을 고르는 능력이나 시장 타이밍 같은 건 상위권에 없습니다. 금융 지식 습득, 분산 투자, 꾸준한 저축 습관, 명확한 원칙 설정이 상위를 차지했습니다. 화려한 기법보다 기본 원리를 반복해서 이해하는 공부가 먼저라는 뜻입니다.
결론
돌아보면 제가 놓친 건 정보가 아니었습니다. 순서였고 구조였습니다. 부자들이 60억을 만든 방식이 특별해서가 아니라, 돈이 들어온 다음에 벌어질 일을 자신이 미리 정해 놨기 때문이라는 말이 지금은 다르게 들립니다.
저는 지금 남은 급여 기간 동안 선저축 자동이체를 먼저 만들고, 현금 자산 일부를 ETF와 배당주로 단계적으로 옮길 계획입니다. 동시에 기술 사업화 분야의 전문성을 은퇴 후 소득으로 전환할 방법을 구체적으로 준비하고 있습니다. 결과가 어떻게 될지는 아직 모릅니다. 다만 아무것도 바꾸지 않으면 3년 후는 지금보다 분명히 더 좁아집니다. 지루하더라도, 지금 시작하는 쪽을 택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