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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주가 크게 오를 때 올라타야 수익을 낸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그런데 제가 예전에 개별 종목에서 크게 손실을 봤을 때도 딱 그런 믿음을 갖고 있었습니다. 은퇴까지 3년도 채 남지 않은 지금, 이번만큼은 분위기에 끌려가지 않으려고 나름대로 따져보기로 했습니다.

비트코인이 오른 건 금리 때문이 아니었다
금리를 동결하면 위험 자산 가격이 오른다는 건 일반적으로 알려진 공식입니다. 그래서 최근 비트코인과 금 가격이 올랐을 때 많은 분들이 "시장이 동결을 점치고 있구나"라고 받아들였습니다. 저도 처음엔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조금 더 들여다보면 얘기가 다릅니다. 비트코인은 대표적인 위험 자산(Risk Asset)입니다. 여기서 위험 자산이란 주식처럼 원금 손실 가능성이 크고 가격 변동성이 높은 자산을 의미합니다. 실제로 2022년에 S&P 500이 무너질 때 비트코인은 8천만 원대에서 2천만 원대로 1년 만에 75% 이상 빠졌고, 2018년에도 80% 넘게 하락했습니다. 이 두 시기 모두 미국 연준(Fed)이 기준금리를 공격적으로 올리던 때였습니다.
최근 비트코인이 오른 것은 금리 동결 확신 때문이 아니라, "이번이 마지막 인상이거나 아예 못 올릴 것"이라는 기대감 때문입니다. 시장은 앞으로 한두 번 이상 올릴 수 없을 것으로 보고 있는데, 그 근거가 고용 시장입니다. 연준은 물가(CPI)와 고용 두 축으로 금리 정책을 결정하는데, 물가는 4.1%에서 3.4%로 내려온 반면 실업률은 다시 슬금슬금 올라가는 모습이 나오고 있습니다(출처: Federal Reserve).
제 경험상 이렇게 매크로 환경이 바뀌는 변곡점에서 단기 모멘텀만 보고 들어갔다가 낭패를 본 적이 한두 번이 아닙니다. 비트코인이 오른 배경에는 금리 경로 기대감이 깔려 있고, 그 기대가 빗나가는 순간 낙폭도 거셀 수 있다는 점은 분명히 따져봐야 합니다.
반도체주 박스권 매매, 실제로 해보니 다릅니다
반도체주는 실적이 좋을 때 사야 한다고 알려져 있지만, 제가 직접 경험해보니 그 반대가 맞습니다. 2020년 12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외국인 매수세에 폭등할 때, 제 주변 지인들은 "실적도 좋고 외국인도 사니까" 하면서 진입했습니다. 그런데 그 타이밍이 정점에 가까웠고, 이후 주가는 고점 대비 50% 가까이 빠졌습니다.
전문가들이 말하는 원칙은 단순합니다. 반도체 같은 사이클 산업은 아무도 관심 없고 우려의 목소리가 커질 때 사고, 실적 발표로 환호할 때 파는 것입니다. 삼성전자는 역사적으로 반토막이 난 적이 드문 반면, SK하이닉스는 고점 대비 60%까지 빠진 사례가 있습니다. 이미 이번 사이클에서 두 종목 모두 상당 폭의 가격 조정(Price Correction)이 이뤄진 건 사실입니다. 가격 조정이란 고점 대비 하락 후 저점을 형성하는 과정을 말하며, 이 구간을 지나야 박스권 매매의 하단이 생깁니다.
그런데 지금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신규 진입을 고민하는 분들이 주의해야 할 변수가 있습니다. YMTC(양쯔메모리)의 상장 이슈입니다. 이미 낸드(NAND) 시장 점유율이 14%에 달하는 YMTC가 상장되면 외국인 입장에서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 비중을 줄이고 거기에 일부 투자할 유인이 생깁니다. 이런 수급 이탈 가능성은 단기 주가 상승의 발목을 잡을 수 있습니다.
저는 지금 당장 반도체주를 크게 늘리기보다 박스권 하단에서 분할매수하는 전략을 택했습니다. 박스권 매매란 일정한 상단과 하단 범위 안에서 가격이 오가는 구간을 이용해 낮을 때 사고 높을 때 파는 방식입니다. 은퇴가 3년 앞인 저 같은 상황에서 고점 추격보다 이 방식이 훨씬 현실적이라고 봅니다.
- 삼성전자: 역사적으로 반토막이 잘 나지 않는 구조, 단 이번 사이클 고점 대비 약 50% 하락 경험
- SK하이닉스: 사이클 저점에서 최대 60% 하락 가능, HBM 수요로 반등 여지 있음
- YMTC 상장: 낸드 점유율 14%, 외국인 수급 이탈 가능성 있어 단기 변수
- 전략 결론: 1년 기준 박스권 설정 후 하단 분할매수, 반등 시 일부 차익 실현
원화 강세 국면, 외국인이 실제로 사는 종목은 따로 있다
반도체주가 외국인 매도세에 눌릴 때 "외국인이 한국 시장을 버리는 거 아닌가"라는 불안이 커지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런데 제가 수급 데이터를 직접 들여다보니 이건 좀 다른 그림이었습니다. 외국인이 반도체를 팔면서 다른 섹터를 공격적으로 사는 풍선효과가 분명히 있었습니다.
원화 강세(KRW Appreciation) 국면에서 외국인이 선호하는 업종은 공식처럼 따라옵니다. 원화 강세란 달러 대비 원화 가치가 높아지는 상황을 말하며, 이 경우 달러 부채 비중이 높은 기업일수록 이자·원리금 상환 부담이 줄어들어 실질 이익이 개선됩니다. 대표적인 수혜 업종이 항공사입니다. 항공기를 수백 대 달러 리스로 운용하는 대한항공 같은 경우, 원화가 강해지면 달러 상환 부담이 직접 줄어드는 구조입니다.
또 하나가 음식료 섹터입니다. 밀이나 옥수수 같은 원자재를 달러로 수입해 국내에서 파는 구조라 원화 강세 시 원가가 낮아지고 마진이 개선됩니다. 환율이 1,550원대일 때는 수입 원가 부담이 커서 마진이 얇았지만, 원화 강세로 방향이 바뀌면 그 반대 효과가 나타납니다. 여기에 화장품 섹터도 주목할 만합니다. 한국 화장품 수출은 반도체 다음으로 역대 신기록을 갱신하고 있는 품목으로(출처: 한국무역협회), 두 자릿수 성장률을 꾸준히 유지 중입니다.
저는 지금 포트폴리오에서 반도체 비중을 줄이고 음식료·화장품 쪽을 조금씩 늘리는 방향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분위기에 따라 한 섹터에 몰리는 것보다 환율 흐름을 보면서 수혜 업종으로 분산하는 게 원금 보전에 훨씬 유리하다는 걸 경험으로 배웠습니다.
2차전지와 바이오, 쉬고 있는 천리마를 찾아라
2차전지에 3년 전 들어갔다가 크게 물린 분들이 주변에 적지 않습니다. 전기차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할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을 믿었는데, 실제 결과는 유럽과 미국에서 전기차 대신 하이브리드 수요가 커지고 중국은 자국 배터리인 CATL로 채워지는 상황이 됐습니다. 이게 바로 캐즘(Chasm)입니다. 캐즘이란 신기술이 초기 시장에서 대중 시장으로 넘어가는 과정에서 겪는 수요 정체 구간을 의미합니다.
그런데 지금 2차전지의 반등 이유는 전기차가 아닙니다. ESS(Energy Storage System), 즉 에너지 저장 시스템 수요 때문입니다. 전 세계적으로 데이터센터 건설이 가속화되면서 전력 병목이 심각해졌고, 소형 원전이나 신규 발전소는 최소 3~5년이 걸립니다. 지금 당장 쓸 수 있는 전력 완충재가 ESS인 겁니다. 우리나라 SDI와 LG에너지솔루션은 2011년 동일본 대지진 이후 일본 시장에서 ESS를 대규모로 공급한 경험이 있을 만큼 기술력이 검증돼 있습니다. 여기에 미국 정부가 중국산 배터리 규제를 강화하면서 살아남은 경쟁자는 일본의 파나소닉과 한국 기업뿐이라는 구도가 됐습니다.
바이오도 비슷합니다. 알테오젠 같은 곳에서 긍정적인 소식이 계속 나오고 있는데, 고금리 환경에서 성장주 밸류에이션이 억눌려 있다 보니 주가 반응이 기대보다 낮습니다. 금리가 본격적으로 내려가기 시작하면 그동안 억눌렸던 국내 바이오 섹터가 빠르게 반응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미국 나스닥에서 모더나 같은 바이오 기업이 먼저 신호탄을 쏘면 국내 바이오도 뒤따르는 흐름이 과거에도 반복됐습니다.
엔터 섹터도 제가 눈여겨보고 있습니다. BTS가 LA, 런던, 베를린에서 흥행을 이어가고 있는데 SM, JYP 등 주요 기획사 주가는 고점 대비 반토막 수준입니다. 기업의 펀더멘털(아이돌의 글로벌 위상)은 훼손되지 않았는데 수급이 반도체 쪽으로 쏠리면서 주가가 눌린 상태, 이런 게 제가 말하는 "쉬고 있는 천리마"입니다. 단타로 접근하면 안 되고 최소 2~3년 호흡으로 가져가는 게 맞다고 봅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지금 반도체주 한 주도 없는데 지금 사도 되나요?
A. 일반적으로 실적이 좋을 때 사야 안전하다고 알려져 있지만, 제 경험상 사이클 산업은 정반대입니다. 고점 대비 충분히 빠진 구간에서 분할매수하는 게 훨씬 리스크가 적습니다. 다만 지금 당장 큰 비중을 넣기보다 박스권 하단을 기다리며 소액씩 분할매수하는 전략이 적합해 보입니다. YMTC 상장 같은 수급 변수가 남아 있어 단기 추격은 신중해야 합니다.
Q. 은퇴 앞두고 주식 투자해도 괜찮은가요?
A. 은퇴가 가까울수록 원금 보전이 우선이라는 건 맞습니다. 저처럼 현금 자산과 임대 수익이 있는 상황이라면, 전체 여유 자금의 일부만 시장에 넣고 ETF나 우량주 위주로 분산하는 방식이 현실적입니다. 높은 수익보다 손실을 줄이는 것이 노후 자금 운용의 핵심입니다.
Q. 2차전지 3년 전에 물린 건 지금 팔아야 하나요?
A. ESS 수요 증가와 중국산 배터리 규제로 국내 2차전지 업체들의 턴어라운드는 시작 단계로 보입니다. 다만 폭발적인 이익 성장은 내년, 내후년으로 가야 나타날 가능성이 높습니다. 단기 반등을 기대하기보다 최소 3년 호흡으로 들고 가는 전략이 맞다고 봅니다.
Q. 원화 강세면 반도체 수출주는 무조건 팔아야 하나요?
A. 일반적으로 원화 강세는 수출주에 불리하다고 알려져 있지만, 외국인 입장에서는 다릅니다. 원화가 강세로 가는 흐름이라면 한국 주식을 사면 주가 수익 외에 환차익까지 기대할 수 있기 때문에 오히려 매수 이유가 됩니다. 원화 강세가 꺾이는 변곡점에서 파는 타이밍을 잡는 게 중요합니다.
결론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반도체가 크게 오르는 시기에 조사를 해보면 오히려 지금 진입보다 다음 박스권 하단을 기다리는 게 맞다는 결론이 나올 줄은 몰랐습니다. 개별 종목에서 손실을 경험한 사람으로서, 달리는 말에 올라타려다 낙마하는 실수를 반복하지 않는 것이 지금 제게 가장 중요한 원칙입니다.
정리하면, 반도체는 박스권 하단 분할매수, 원화 강세 수혜주(항공·음식료·화장품)로 분산, 2차전지와 바이오·엔터는 3년 호흡의 장기 포지션으로 가져가는 포트폴리오가 현시점에서 제 상황에 맞는 그림입니다. 9월은 통계적으로 조정이 오는 달인 만큼, 싸게 살 수 있는 기회를 기다리며 준비하는 달로 쓸 계획입니다.